[책마을] 아이들 눈높이로 풀어낸 상식

입력 2022-02-17 18:08   수정 2022-02-18 02:25

좋은 어린이 교양서를 쓰는 건 쉽지 않다. 내용은 쉽고 재미있으면서도 정확해야 한다. 저자의 주관적 견해나 입장은 최대한 배제하고 독자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아름다운 그림과 완성도 높은 편집도 중요하다. 이처럼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한 어린이 교양서 다섯 권이 새로 나왔다.

《소중한 한 표, 누구를 뽑을까》(마키타 준 지음, 키다리)는 대선을 앞둔 지금 아이들에게 읽히기 안성맞춤인 그림책이다. 귀여운 동물들이 사는 폴리폴리 마을 호수에는 매년 겨울마다 용이 찾아와 석 달간 머무른다. 용 때문에 겨우내 호수를 이용할 수 없고 관광객도 줄지만, 용이 떨어트리는 비늘은 다른 마을에 비싸게 팔 수 있는 귀중한 상품이다. 용을 쫓아내자는 곰과 현상 유지를 주장하는 사슴이 선거에서 맞붙고, 동물들은 각자 한 표씩을 던진다.

책은 독자가 누구에게 투표하는지에 따라 서로 다른 결말을 볼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어떤 답을 고르든 각각의 선택이 가져온 결과를 통해 현실에서 벌어지는 이해 충돌의 양상을 마주하고 투표 등 정치 참여의 중요성을 체감할 수 있다. 일본 중의원 정책담당 비서와 총무대신 비서관을 거쳐 히로사키대에서 정치학을 가르치는 저자는 “생각이 다른 이들도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며 선택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는 점을 배울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맛있고 재밌고 편리한 것들의 기원과 원리 100》(임유신 외 지음, 이케이북)은 일상 생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물건들을 통해 공학의 역사를 살펴본 책이다. 1590년 만들어진 현미경부터 1999년 처음 나온 USB 드라이브까지 100개의 물건을 의, 식, 주, 놀이, 소통, 건강 등 여섯 가지 주제로 나눠 설명했다.

책은 철저히 어린이 눈높이에 맞췄다. 공학 대신 발명이라는 말을 쓰는 등 쉬운 단어만 사용하고,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례를 골라 과학 개념을 피부에 와닿도록 설명했다. 더울 때 배드민턴 셔틀콕의 속도가 올라가는 현상을 통해 공기 저항을, 초코칩 쿠키의 초코칩이 오븐에서도 녹지 않는 현상을 통해 녹는 점을 설명한 게 대표적이다. 300여 장의 이미지와 삽화, 본문 중간중간 배치된 글상자 속 발명의 원리와 에피소드가 이해를 돕는다.

《그리스·로마 신화 1·2》(메네라오스 스페파니데스 지음, 파랑새)는 서양의 지적 전통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그리스·로마 신화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었다. 총 12권으로 번역 출간이 예정된 시리즈 중 이번에 나온 두 권은 각각 권력과 창의성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내용을 전개한다.

저자는 이 시리즈를 통해 가장 권위 있는 어린이 문학상 중 하나인 피에르 파올로 베르제리오상을 받았다. 저자의 형인 야니스 스페파니데스가 삽화를 그렸는데, 신화적 분위기를 단순하면서도 아름답게 표현한 그림이 빼어나다.

《만나고 싶은 북한 동물 사전》(임권일 외 지음, 창비)은 초등학교 교사인 저자가 북한의 각 지역에서 서식 중인 희귀 동물들을 조명했다. 담백하면서도 깊이 있는 설명, 이곤 작가가 그린 귀엽고 정교한 삽화가 일품이다. 동물들의 특징과 생태에 관한 설명을 재미있게 읽다 보면 북한 지역의 지리와 여러 동물 종(種)을 분류하는 생물분류체계의 개념을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다. 북한의 지리를 설명하는 대목도 유익하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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